국내 최대 보수교단, 여성 지도자 선출 초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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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보수교단, 여성 지도자 선출 초읽기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9.09.16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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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이상, 교계에 여성 참여 요구 높아질 기회 될 것
여론, “전국 단위 기관장으로 충분히 검증 됐다” 평가 지배적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103회기 총회.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의 103회기 총회.

“기대 이상이다”

지난 8월 12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장 림형석 목사, 이하 예장통합) 104회기 부총회장 후보 소견발표회가 열린 대구내당교회는 흥분으로 가득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총회가 평양장로회신학교에서 조직된 이후 107년만에 여성 장로부총회장 선출을 목전에 두고 열린 소견발표회에 대한 관심은 같은 교계뿐만 아니라 일반 사회에서도 주목 받아왔다.

국내 최대 보수 교단에서의 여성지도자 탄생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다. 현재 국내 주요교단 중 여성이 총회장이나 부총회장에 올랐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상황에서, 지난 2월 28일 예비후보 등록에 김순미 장로가 단독으로 장로부총회장 후보로 등록한 것 자체가 교계에 충격이었다. 그만큼 여성이 교단 정치에 참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장통합은 대표적인 보수교단이면서도 국내 최대교단으로 불린다.

일반적으로 보수교단은 여성의 교단 참여에 소극적인 반응이라는 해석을 한다. 예장통합과 비교적 세가 비슷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경우 아직도 여성이 목사가 될 수 있는 길은 없다.

예장통합은 장로교단에서도 가장 먼저 여성이 목사와 장로로 안수를 받을 수 있도록 허락했다. 1994년 여성안수가 허락된 이후 1995년에 제도적으로 법제화를 했고, 1996년에는 19명의 여성 목사 안수, 1997년에는 3명의 여성 장로가 선출됐다. 또 새천년 맞이로 세계가 열광하던 해에 첫 여성 총대를 선출해 냈다.

이제 총회 조직 107년, 여성 안수 허락 24년, 총회 첫 총대 선출 19년 만에 여성 장로부총회장을 배출할 수 있느냐는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일단 통합 교단의 주변 여론은 긍정적이다.

이들은 장로부총회장의 경우 직제를 신설한 이후 전통적으로 후보가 단독 출마해왔다는 데에 주목했다.

한 총대는 “지난 해와 같이 예비후보에서 복수로 등록하는 경우도 있었다”면서도 “최종 후보등록에는 후보간 단일화를 통해 출마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의 경우 김순미 장로가 예비후보에서 단독으로 등록했다”면서 “장로부총회장은 후보등록 이전부터 여러 시스템에 의해 검증되는 분위기”라고 귀뜸 했다.

실제 예장통합총회는 장로부총회장의 경우 단독으로 출마해 왔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특정 사안들에 대한 의견 제시와 조율이 잘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단 내의 총회선출직에 대해서도 시스템들이 가동되는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대표적으로 교단총회 소속의 남선교회 전국연합회와 여전도회 전국연합회, 교단소속 장로 연합회인 전국장로회연합회 등에서의 경력이 ‘인사검증’ 시스템으로 작용한다는 뜻이다.

또 단독후보로 등록해도 총대들의 판단이 기다린다. 주로 총대들은 총회가 실시하는 권역별 후보소견발표회로 후보를 이중으로 검증한다.

지난 27일 서울·수도권 지역 소견발표회장을 찾은 한 총대는 “후보등록 자체만으로도 지도자로서 상당부분 검증이 이루어진 면이 있다”면서도 “총대들은 질의응답을 통해 후보의 철학과 능력을 종합적으로 검증하는 중요한 자리”라고 밝혔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 조직 이후 처음으로 여성장로부총회장 후보를 배출했다. 104회기 총회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후보 소견발표회에서 김순미 장로(장로부총회장 후보)와 신정호 목사(목사 부총회장 후보)가 질의에 응답하는 장면.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은 총회 조직 이후 처음으로 여성장로부총회장 후보를 배출했다. 104회기 총회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지에 대해 많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은 후보 소견발표회에서 김순미 장로(장로부총회장 후보)와 신정호 목사(목사 부총회장 후보)가 질의에 응답하는 장면.

다수의 총대들은 김 장로의 장로부총회장 역량에 대해서 높은 점수를 줬다.

장로부총회장이 총회장을 보좌하면서 중간단계의 실무협의의 중요한 역할로 기대되는 만큼 적격자라는 평가다.

여기에 진영논리에서 자유롭다는 판단이 한몫했다. 김장로는 99회기와 100기 총회에서 맡았던 임원 경력이 긍정적 여론 형성에 힘을 보탰다. 교계에서 진보와 보수로 평가받는 회기에서 무난하면서도 공정하고 투명하게 정책과 사업을 추진한 점에 높은 기대를 받았다.

여전도회 전국연합회(이하 여전도회) 회장 경력도 무게감을 더했다. 여전도회는 교단총회가 조직된 지 16년 뒤인 1928년 9월 9일에 전신인 조선예수교장로회 부인전도회로 창립됐다.

여전도회는 교단총회 역사와 맥을 같이 하며 발전해 왔다. 현재 70연합회, 3,130지회, 회원수 130만명의 규모로 성장했다.

김 장로가 여전도회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여전도회의 조직시스템을 안정화하고 사업의 효율성과 다양화를 이뤄냈다는 평을 받는다. 여기에 여전도회의 대표사업인 구제와 섬김, 기도의 사역을 집중해 국가의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사업 등으로 교회이미지 개선에 기여했다는 판단이다.

이제 총회를 불과 일주일 앞두고 교단 여론은 대체로 여성 장로부총회장 선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여성안수를 비롯해 여성의 총대참여의 포문을 열었던 만큼, 여성 지도자도 통합교단이 가장 먼저 이루어낼 수 있는 기회로 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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