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확인서 있어야 시설 출입"…코로나에 갈데없는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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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확인서 있어야 시설 출입"…코로나에 갈데없는 노숙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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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2.02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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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광장의 노숙인 시설인 다시서기희망지원센터 옆에 노숙인들이 머물고 있다. 2021.1.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종홍 기자,이기림 기자 = "밥 먹는 데서 코로나 검사 확인서 받아오라는데, 주세요."

1일 서울역 앞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무료급식을 받으려는 노숙인·노인들과 검사소 직원들이 언성을 높이며 대화하고 있었다. 무료급식소에서 배식을 받으려면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확인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검사소 직원은 "여기서는 확인서를 발급하지 않는다"며 "거기(급식소) 가서 다시 물어보라"고 했다. 결국 노숙인들은 "무료급식소에선 확인서 받아오라는데 여기선 안 준다고 하니 미치겠네"라며 터덜터덜 검사소를 떠났다.

서울역 노숙인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면서 노숙인들이 받던 지원이 제한되고 있다. 세밀하지 못한 방역 조치로 노숙인들은 추가적인 생활고와 감염 위험이라는 이중고에 내몰리는 모양새다.

서울역 인근에 있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목격됐다. 다른 노숙인이 들어가려고 했지만 코로나19 검사 확인서가 없다는 이유로 막힌 것이다. 계속 들어가게 해달라던 이 노숙인은 입구를 서성이다 결국 자리를 떴다.

이 센터는 노숙인들에게 식사나 샤워시설, 의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시설이다. 센터에서 일하는 다른 노숙인은 "휴대전화가 없어서 검사를 못 받는 사람도 많고 확인서가 없어 시설에 못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역 인근의 노숙인 시설인 드림씨티선교교회도 시설에 등록되지 않은 노숙인들은 받지 않고 있었다. 시설을 운영하는 우연식 목사는 "지금은 시설을 이용하거나 지원을 받으려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는 확인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우 목사는 "(시설을 이용하는) 노숙인들은 정보도 받아두고 얼굴 사진도 찍어서 저장해둔다"며 "기분 나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확진자가 나왔을 때 추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렇게 한다"고 했다.

시설을 이용하지 못하는 노숙인들의 생활 현장 곳곳에서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한다. 서울역 인근에서 방한용품과 음식을 나눠주려는 사람들이 나타나자 노숙인 15명 정도가 몰려들었다.

 

서울역 광장에 마련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임시선별진료소 앞에서 노숙인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2021.1.31/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노숙인 사이의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인 접근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노숙인들이 휴대전화가 없어 코로나19 검사를 받지 못하거나 정보를 얻지 못하고 있다"며 "서울 홈리스 가운데 절반 정도는 등록된 주소지가 멀어 재난지원금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최근 행방이 묘연했던 노숙인 감염자들에 대해서도 "거리 홈리스들이 주거권과 정보 접근권이 제한돼 역설적으로 정부가 못찾았던 것"이라며 "주거권 등을 보장할 수 있는 인권 친화적 방향의 방역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연식 목사도 "노숙인들은 친분관계가 깊지 않아 대화를 많이 하지 않기 때문에 전염이 적은 편"이라며 "다만 최근에 수십명이 걸린데다 부정적인 시선이 있기 때문에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감정을 빼고 객관적으로 접근하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편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방역당국의 신고를 받고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행방이 묘연해진 노숙인 3명의 소재를 추적한 결과 2명을 찾아 격리조치했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서울역 광장 인근에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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