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통합, 자존심은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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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장통합, 자존심은 지켰다
  • 김지운 기자
  • 승인 2019.09.26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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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법과 원칙, 질서와 실리 모두 살려냈다"
예장통합총회에서 총대들이 명성교회 수습안에 대해 거수로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독자제공.
예장통합총회에서 총대들이 명성교회 수습안에 대해 거수로 표결에 참여하고 있다. 독자제공.

 

명성교회 담임목사 청빙 문제로 내홍이 깊어지던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총회(예장통합)가 종지부를 찍었다.

예장통합은 104회기 총회 전부터 명성교회 문제를 연내에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만큼 갈등의 확산이 교단 존립에 위험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교단의 의지에 대해 교단 안팎에서는 의혹의 시선을 감추지 않았다.

명성교회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여론이 대표적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명성교회가 원하지 않는 안들에 과연 승복하겠느냐는 부정적인 인식도 존재했다. 명성교회 문제가 확대되면서 형성된 인식의 차이는 골만 깊어지게 만들었다.

지난해의 103회 총회 결의는 교단헌법 28조 6항의 일명 ‘교회세습방지법’을 지지하는 것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헌법위원회와 규칙부 보고를 거부한데 이어 재판국의 보고에서 ‘명성교회’건만 되돌려 보냈다.

명성교회는 총회의 결의조차 수용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전국적인 갈등 양상으로 확산됐다.

올해 8월 판결된 총회재판국의 재심판결에 대해서도 명성교회와 수습된 서울동남노회는 수용하지 않았다. 재심 자체가 ‘위법’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교단재판국과 사회 법정에서 다툼이 있어 왔던 터라 해법은 요원해 보였다. 여기에 교단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교단이 고민하는 지점은 ‘총회’의 권위를 어떻게 지켜내느냐에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총회 재판국의 판결에 승복하지 못하고 재심과 재재심으로 이어지면서 사회 법정으로 확대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또 상회인 총회의 결정에 노회가 대립각을 세우는 것도 문제가 됐다.

교단이 ‘총회’에서 논란을 종식시키겠다는 강수를 둔 이유다.

여기에 사고노회로 지정된 ‘서울동남노회’를 수습하기 위해 조직된 수습전권위원회가 제시한 수습방안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수습전권위원회는 사고노회가 정상화 됐음에도 갈등과 대립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위원장 채영남 목사는 “갈수록 대립각이 커져가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면서 “법과 원칙, 화해와 상생을 위한 방안이 필요했다”고 전했다.

수습전권위원회는 사고노회가 수습노회를 통해 정상화 되면 모든 역할이 끝난다. 다시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 조직을 주장하고 나섰던 이유다.

일단 명성교회 수습전권위원회가 제시한 안은 법과 원칙을 충분히 살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동안 명성교회가 초법적으로 대응해 왔다는 비판을 상쇄시키기에 충분했다.

명성교회는 이번 결의로 재재심을 포기하고 총회재판국의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 여기에 김하나 목사는 위임 목사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또 노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을 통해 2020년 한 해 동안 임시체제로 유지해야 한다.

이유 여하를 떠나서 명성교회가 상회인 총회로부터 ‘치리’를 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음과 동시에 질서를 지켜낸 셈이다.

올해 가을 정기노회에서 김수원 목사가 노회장으로 추대되는 것도 부담이다. 명성교회 입장에서 김 목사는 김하나 목사 청빙에 걸림돌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명성교회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 철저한 회개를 요구해왔던 총대들이 마음을 굳히게 된 이유다.

교단이 자랑하는 ‘목회지 대물림 방지법’을 손상시키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일각에서는 명성교회에 세습을 할 수 있도록 유예해준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된다.

이번 합의에 김하나 목사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명성교회에 청빙 될 수 없다. 노회가 파송한 임시당회장이 당회장의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명성교회가 김하나 목사를 담임목사로 청빙하기 위해서는 2021년 1월 1일 이후에 가능하다. 교단이 명성교회 일부에서 제기하는 ‘거수기’로 활약하려 했다면 2021년이 아니라 2020년 1월 1일로 해야 했다. 1년의 임시체제는 그만큼 위험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교단은 명성교회가 회개할 기간을 1년으로 계산해 치리한 셈이다. 이 기간 명성교회는 상회에 총대로 파송할 수 없다는 조항까지 더해지는 ‘자숙’의 기간을 보내야 한다.

수습안 두 번째의 ‘김하나 목사를 청빙할 경우’의 문구에 대해 논란이 있어 보인다.

교단 입장에서는 제기될 모든 요소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고 전해왔다. 실제 수습안이 발표되는 새벽까지 안들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 2021년 김하나 목사가 청빙된다 해도 교단 헌법으로 막을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양상이기 때문이다.

일단 양측은 “흡족하지 않지만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더 이상 다툼이 진행될 이유가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수 총대들도 ‘묘수’였다면서 교단의 자존심은 지켜냈다고 환영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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