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리박빙의 시대, 십자가만이 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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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박빙의 시대, 십자가만이 살길이다
  • 채영남 목사
  • 승인 2019.06.0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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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리박빙(如履薄氷).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표현할 수 있는 단어다. 말 그대로 살얼음 위를 걷고 있는 것과 같다. 정치·경제·사회 등 전 영역에서 위급한 상황이 곧 터질 것 같은 분위기가 언론을 통해서 전달된다. 여론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 달린 댓글의 상당수가 불안한 현재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불확실한 미래를 말하고 있다.

일단 언론의 진단과 여론의 반응만 놓고 보면, 당장 오늘이라도 한국사회가 붕괴될 것처럼 보인다.

한국교회도 사회적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제는 교회가 위기의 사회 속에서 존립의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사회로부터 각종 부패의 원흉으로 지목된다는 점이다. 결국 복음의 진정성은 의심받게 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또 전도와 선교는 사역이 가로막힌 것을 넘어서서 사회적 테러를 염려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은 비기독인이 종교적 혐오나 개개인 또는 집단의 이해를 이유로 기독인을 향해 행사한 물리적 폭력이 보고된 바는 없다. 그러나 비기독인의 기독인에 대한 반감에서 폭력을 연상할 수 있는 표현들은 차고도 넘친다.

‘개독’과 ‘먹사’로 표현되는 비하를 넘어서서 사회적 병폐의 원인으로 지목된 지 오래다. 심지어 사회적인 문제들 앞에서 ‘개신교 탓’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아무리 일부 교회 또는 목회자나 교인의 일탈이나 이탈임을 해명해도, 또 다른 언어유희나 혐오의 대상 정도로 치부 당하기 일쑤다. 어쩌다가 이 지경이 됐을까?

사실 혐오의 표현이 넘쳐나는 것은 그만큼 불안한 사회적 관계와 문제로 진단할 수 있다. 혐오 대상을 선정하고 언어 또는 물리적 폭력 행사를 통해 만족감을 찾는 사회적 병폐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렇다고 한국교회가 처한 비난이나 혐오의 원인이 전적으로 외부에 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만큼 한국교회가 빌미를 제공한 것도 사실이다.

한국교회는 비판이나 비난을 접할 때마다 사회 공헌도가 가장 높은 종교가 개신교라고 강조한다. 또 정치 발전과 경제의 번영, 민주화의 첨병임을 주장한다. 이러함에도 한국교회의 해명이나 주장이 일반인들에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는 아닌 듯 하다.

교회의 본래적 역할과 기능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지점이다. 사회적 표현으로 ‘역할’과 ‘기능’이 다소 기계적이거나 세속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를 교회의 용어로 전환해본다면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 개혁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이며 동력이다. 근본이신 하나님께로 향하기 위해서는 철저히 자신을 부인하고, 그리스도이신 예수님의 십자가를 질 때 역사는 이루어진다. 개혁교회의 전통 안에서, 한국교회의 부흥의 역사 가운데 증명되었던 일들이지 않은가?

다시 여리박빙을 살펴보자.

국어사전에는 살얼음을 밟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아주 위험한 짓의 비유적 표현으로 설명한다.

원래 이 단어가 나오는 시경 소아편을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내용은 이렇다.

不取爆虎(감히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을 수 없고)

不取憑河(감히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없나니)

人知其一(사람들은 모두 이를 알지만)

莫知其他(그 밖의 다른 것은 알지 못하는 구나)

戰戰兢兢(두려워하고 또 조심할지어다)

如臨深淵(깊은 연못가에 이른 것처럼)

如履薄氷(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자신을 경계하고 조심하는 것이 바로 여리박빙이다. 역시 기독인에게도 여리박빙은 존재한다. ‘자기 부인’과 ‘자기 십자가’는 여리박빙의 시대 속에서도 ‘세상의 소금과 빛’의 사명을 감당하며 ‘교회 부흥’과 ‘민족의 동반자’로 나아가게 한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면서도 고난으로 순종하셨다. 옳고 그름도 중요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십자가의 헌신과 순종임을 기억하자. 순종이 모든 이들에게 ‘구원의 근원’(히5:8~9)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다시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민족의 동반자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개신교 지면 매체 <평신도신문사>에 중복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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